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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천일야화> 최대 수명 20년의 장수 마을
성정문화재단 조회수:130 218.155.17.102
2019-01-31 15:12:19

 

중세시대 터키에는 가장 오래 산 사람의 수명이 20년을 넘지 않으면서도 손꼽히는

장수마을이 있었다. 지난해 연말 마침 터키의 그 마을을 지나다가 신비롭고 뭉클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나그네가 먼 길을 가다 밤이 늦어 그 마을에 하루를 묵을

요량이었는데, 마을 입구에 있는 묘비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묘비 주인의 이름과

함께 그 사람이 살았던 해를 표시해 놓았는데, 8년, 10년, 12년, 가장 오래 산 사람의

수명이 겨우 20년 정도였다. 틀림없이 전염병이 들어 제 명에 살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하고, 두려워 밤길을 꼬박 걸어 다른 마을에 머물렀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찻집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그 마을에서 온 촌로가 있어 그 연유를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말을 던져주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최선을 다해 삽니다. 열심히 일하고

또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요. 그래도 하루해가 지면 늘 아쉬움이 남고 부족하기

일쑤지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정말 하루를 가치있고 알차게 보냈고, 남들에게도

만족을 줄 만큼 살았다고 생각할 때 기둥에 금 하나를 긋습니다.

그 사람이 죽으면 집안 처마 기둥에 금 그어진 숫자를 세어 묘비명에 그의 나이를

표시해 준답니다. 15년이면 열심히 산 셈이고 20년은 장수한 셈이지요.”

그는 다시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 그을 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첫째, 나눔과 베품입니다. 그것은 함께 잘사는 길입니다. 둘째,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의 창조자로 사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안절부절하며 삶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일을 찾고 그 일을 해나가면 시간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오늘 못한 일은 또 내일 하면 되지요. 셋째,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적게 원하는

삶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오고 남겨두어야 내일 먹을 것이 생기고, 동물들도 먹고,

후손들도 살아가겠지요. 넷째, 독사의 길보다는 꿀벌의 방식을 따르려 합니다.

똑같은 맑은 이슬이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지만, 꿀벌이 마시면 꿀이 되니까요.

다섯째, 신을 염원하고 가까이 함으로써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고령화 시대를 맞은 우리사회가 새롭게 되새겨볼만한 커다란 가르침 하나를 얻은

듯했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꿈 그 자체야

고귀한 것이지만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준비가 아직은 우

리에게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최근에 일고 있는 웰다잉(well-dying) 움직임과 세로토닌

문화운동도 이런 점에서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하고,

마무리가 깔끔한 죽음의 길을 가자는 웰다잉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새롭게 조망되고

있는 세로토닌적 삶에 대한 문화운동은 매우 신선하고 의미심장하다.

 

세로토닌은 우리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로 행복과 조절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분하게 행복을 추구하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삶을 관조할 때 분비되는 물질이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엔돌핀은 의욕을 북돋아주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하는 강점이

있지만, 강한 중독성이 있어 차분한 조절기능이 약한 것이 흠이다.

산업사회시절 앞만 보고 달리는 성장 일변도의 사회에서는 순기능을 많이 했지만

이제 3만달러에 도달한 선진 사회의 근간으로서 엔돌핀적 삶은 많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가 최근 펼치고 있는 세로토닌 문화운동은

우리의 일상이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행복과 창의력이 솟아나는 삶 속에서

나눔과 배려를 가르치고 있어 남다른 관심이 간다. 터키 악세히르 마을 옛 사람들의

예지와 관조적 철학이 새해에 다시한번 되새겨보고 싶은 우리의 다짐은 아닐까.

그래서 생명연장이란 가치대신 이제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살아가는

진정한 우리의 수명을 찾아가야 되지 않을까. 올 한해 우리 모두 금 그어진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글 : 이희수(한양대 특훈교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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