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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천일야화> 십자군 전쟁의 영웅 - 살라딘
성정문화재단 조회수:102 218.155.17.102
2019-02-07 11:38:51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 운좋게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다녀왔다.

메카 다음으로 먼저 세워진 웅장한 우마이야 모스크 바로 옆에 십자군 전쟁

의 영웅인 살라딘 장군의 묘가 있었다. 붉은 색 돔을 얹고 얼핏보아도 초라하

고 볼품없는 묘당이었다. 인물숭배를 자제하는 아랍-이슬람 건축의 특징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양 기독교 세계에서 살라딘만큼 존경 받는 이슬람 인물도

드물 것이다. 아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슬람교의 완성자 무함마드보다

더 인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로마 교황 우르반 2세는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그리스도 교인들에 대한

셀주크 투르크인들의 박해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성지 회복을 위한 성전을

호소하였다. 종교적 열정에 불타는 농민과 일부 기사들은 저마다 등과

슴에 붉은 십자 표시를 달고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1096년의 일이다. 이렇게 시작된 십자군 전정은 1365년까지 9번의 대규모

출병으로 이어졌고 약 250년 동안 이슬람 세계와 소아시아 반도를 피로

물들였다.

1099년 7월 15일, 40일간의 포위 끝에 성지 예루살렘을 차지한 십자군은

시퍼런 칼을 들고 무슬림들과 유대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도망치지 못하고 성안에 남아 있던 이슬람교도와 유대인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슬람 사원은 불탔고 철저히 파괴되었다.

이것이 1차 십자군 원정의 실상이다. 예루살렘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메카, 메디나에 이어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였다.

십자군은 원정에 필요한 물자를 현지에서 조달하였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원정로 부근의 그리스도교 마을들이 주로 약탈과 방화의 대상이

되었다. 더욱이 교황은 십자군에 참여하는 모든 병사들에게 죄를 사해 주고

상당한 전리품을 약속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정예 기사가 아닌 훈련받지 못한 농민들과 온갖 불량배들도 십자군으로

출병하였다. 그래서 중동의 많은 그리스도 교도들은 이교도의 통치 시대보다

훨씬 가혹한 수탈과 차별을 겪어야 했다.

이것은 살라딘이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그곳 그리스도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했던 이슬람의 관대한 정책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1187년 10월 2일 금요일, 이집트의 통치자 살라딘은 십자군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은 과거 무슬림들을 학살했던

선조들의 만행을 떠올리며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입성한 살라딘은 그곳의 그리스도 교인들에게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고, 자기 부하들의 복수심과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자는 모두 일정한 세금만 내고 재산을 모두 싸들고 예루살렘을 떠날 수 있게

허용했다. 예루살렘의 종교적 성소들을 파괴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그 후 다시 십자군 군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도 그는 종교적 적개심에 의한

학살을 금지하고 전투에 패한 전쟁 포로들을 석방해 주었다.

당시로서는 믿기지 않는 관용이었다. 살라딘은 그런 사람이었다.

작고 가냘픈 몸에 단정하게 수염을 기른 사색적인 모습의 살라딘은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시와 예술을 사랑한 술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고 통치자가 된 이후에도 겸허함을 잃지 않았으며,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인간적인 매력을 풍겼다. 쉽게 눈물을 보이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멋있는 한 남성이었다. 종교와 문화를 뛰어넘어 예의와 품격을

아는 지도자로서의 덕성은 후일 유럽 기사도의 전형이 되었다.

심지어 맨 땅에서 전투하는 적장인 영국왕 사지심장 리처드에게도

백마 두 필을 보내주며 왕으로서의 권위와 체통을 지키게 해줄 정도였다.

제국의 왕으로서 그가 죽자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버림으로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나아가 용서함으로써 이슬람세계에서는 물론 유럽세계에서도 큰 존경과

명성을 얻었다. 사사건건 충돌과 갈등을 일삼는 오늘의 두 세계를 보며

살라딘의 지혜와 리더십이 간절히 생각하는 요즘이다.

 

글 : 이희수 (한양대 특훈교수 / 성공회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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